아이스크림의 역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크림, 설탕, 달걀, 그 밖의 향미료의 조합물이 아닌, 밀크가 들어가지 않은 차가운 음료에서부터 시작된다. 차가운 음료의 기원은 적어도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네로 황제는 와인이나 꿀로 맛을 낸 차가운 음료를 즐겼다고 한다. 하지만 차가운 음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얼음 자체를 확보하고 그것을 몃 달 동안 언 상태로 유지시켜야 했다. 그러려면 직접 산꼭대기에서 눈이나 얼음을 가져와 쉽게 녹지 않는 장소에 보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기계를 이용한 냉각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수세기 동안 이어졌다. 4,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에는 얼음 저장고가 있었다고 한다. 그대 그리스와 로마 사람들은 근처의 산에서 얼음과 눈을 가져와 구덩이 안에 보관했다. 이처럼 식품을 보존하기 위해 얼음을 채취해서 저장하는 방법은 기원전 1100년경 중국에서도 시도되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기원전 4세기 동방 원정에 나섰을 당시 구덩이를 파서 눈을 가득 채워 넣게 했다고 전해진다.


  4세기 무렵 일본의 닌토쿠 덴노仁德天皇는 얼음을 유난히 좋아했고, 음식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얼음의 효능에 감탄한 나머지 매년 음력 61일을 얼음의 날로 공식 지정하기도 했다. 어느 날, 왕자가 길을 가다가 얼음 구덩이를 발견하고 마을의 한 농부에게 얼음을 어떻게 저장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농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먼저 깊이 3미터 이상의 구덩이를 파고 이엉을 얹은 지붕을 씌웁니다. 그리고 구덩이 안에 갈대를 두껍게 깐 다음 그 위에 얼음을 쌓아 놓지요. 그러면 여름 한철이 다 지나도 얼음은 녹지 않습니다. 더울 때 물이나 사케에 얼음을 넣어 마시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왕자는 얼음에 관한 이 놀라운 사실을 아버지 닌토쿠 덴노에게 전했고, 덴노는 곧바로 이 신기한 얼음 저장방식을 도입했다.





  많은 역사학자에 따르면 밀크가 든 얼음과자를 처음으로 즐긴 사람들은 중국 당나라(618~907) 황제들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이 혼합물은 오늘날의 아이스크림과 얼마나 비슷했을까? 아마 비슷한 점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고대의 얼린 음료는 소나 염소 또는 물소의 젖을 발효시킨 뒤 맛과 식감을 더하기 위해 곡물가루와 장뇌樟腦(녹나무를 증류해서 얻는 고체 성분)를 넣고 끓여서 만들었으며, 용뇌龍腦(용뇌수의 줄기에서 덩어리로 나오는 투명한 결정체)와 용안龍眼같은 이국적인 재료를 더해 풍미를 살렸다고 한다. 음식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데이비드Elizabeth David의 설명에 따르면 장뇌는 이 혼합물을 눈송이 같은 결정체로 만듦으로써 식감을 살리고 시각적으로도 더 먹음직스럽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당시에는 장뇌에 약효가 있다고도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혼합물은 금속관에 넣은 뒤 얼음 구덩이 안에 넣어서 얼렸다. 이 같은 방식은 오늘날 인도의 쿨피 제조법과 매우 비슷하다.


  자주 언급되는 아이스크림의 또 다른 중국 관련설은 마르코 폴로Marco Polo(1254~1324)가 동아시아에서 아이스크림을 가져와 유럽에 소개했다는 것이다. 끊이지 않고 제기된 이 이갸니는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완전한 허구로 밝혀졌다. 데이비드는 마르코 폴로가 몽골에서 말젖을 발효시킨 음료 쿠미스kumis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에서 이 이야기가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런가 하면 이 베네치아 출신 탐험가가 중국에서 얼음과자를 맛보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로 귀국하면서 동결기술에 관한 정보나 요리법을 갖고 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일 그랬다면 왜 300년 이상 지난 뒤에야 이탈리아에서 동결법을 실험하기 시작했단 말인가? 한편, 마르코 폴로가 아이스크림을 유럽으로 가져왔을 가능성은 결코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마르코 폴로가 그처럼 먼 이국 땅에 발을 내디뎠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아이스크림과 관련된 또 다른 근거 없는 믿은 가운데 꾸준히 주목을 받는 것은 피렌체 메디치가의 딸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153314세에 프랑스의 오를레앙 공앙리(훗날 앙리 2)와 결혼하면서 프랑스에 얼음과자를 소개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에 대한 역사적 근거는 전혀 없다.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요리 역사에 연애담을 교묘히 덧입힌 것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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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세기 중반, 차가운 음료는 얼음 또는 눈에 설탕과 과일즙(딸기나 레몬)을 섞어서 만든 얼린 디저트로 발전했다. 소르베토sorbetto라고 불린 이 얼음과자는 이탈리아에서 처음 개발된 듯하다. 역사학자득은 1559년에 와인을 유리잔에 담아 얼리는 과정을 설명했던 지암바티스타 델라 포르타Giambattista della Porta를 인공얼음의 창안자로 생각한다. 시인이자 과학자, 의사, 언어학자였던 프란체스코 레디Francesco Redi1685년에 자신의 시 <아리아나 앵페르마Arianna inferma>에서 얼음이 주는 기쁨을 표현했다. 그러나 소르베토를 만들어 식탁에 올릴 때까지의 전 과정을 이탈리아어로 쓴 최초의 인물은 나폴리에 있는 에스파냐 총독 공관의 집사였던 안토니오 라티니Antonio Latini였다주방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리 감독했던 그는 현대의 집사Lo Scalco alla moderna(1692~1694)라는 책에서 나폴리야말로 소르베토 생산의 온상이라고 서술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나폴리에서 소르베토는 귀족들의 저택에서만 제한적으로 만들던 고급 음식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먹거리였다. 감미로운 소르베토를 휘젓고 있는 17세기 이탈리아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면 확실히 흥미롭기는 하다. 그러나 얼음과자를 직접 만들어먹는 풍습이 실제로 어디까지 전파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17세기의 나폴리 뒷골목을 거닐다 보면 소르베토를 만드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이런 풍경이 흔한 것이었든 아니든, 안토니오 라티니는 나폴리의 얼린 디저트 제조 기술에는 개선해야할 사항이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맛의 측면에서 그는 귀가 솔깃해지는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얼음에 레몬, 딸기, 초콜릿 등을 섞어 맛을 더하는 것이었다. 초콜릿은 16세기 말 에스파냐의 정복자들이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에서 처음 가져온,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낯선 식재료였다. 라티니는 그 밖에도 솔방울이나 가지 같은 이국적인 재료를 더해 소르베토의 맛을 다양하게 변형했다. 여기서 흥미로는 점은 그가 밀크를 넣은 소르베토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라티니식 밀크 소르베토의 간략한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밀크 1.5병에 물과 설탕을 섞어 따뜻하게 데운다. 여기에 설탕에 조린 감귤이나 호박을 섞어 다시 한 번 끓인 다음 한 김 식힌다. 이 혼합물을 눈과 소금을 섞은 냉동제 안에 넣어 얼리면 밀크 소르베토가 완성된다.음식 역사학자들은 대부분 라티니가 만든 밀크 소르베토를 최초의 아이스크림으로 생각한다.




- 로라 B. 와이스, 아이스크림의 지구사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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