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관에 새로 시작한 전시가 있어서 갔다가 디지털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여담이지만 완전 소란스러운 삼청동에서 조용하게 방해받지 않고 책 읽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공간이 바로 현대미술관에 있는 디지털 도서관이다. 주말에는 거의 항상 가는 것 같다.

  저녁 먹을 때 쯤 오랜만에 국제갤러리 더 레스토랑이 생각났다. 안 간지 꽤 되기도 했고, 현대미술관 바로 근처에 있어서 가기도 편해서 느릿느릿 걸어갔다. 6시 맞춰서 도착했는데 역시나 조용하고 편안하다.

  아베 스페셜을 주문하려고 했는데 재료가 떨어져서 월요일에나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B Course(110,000원)로 주문했다. 구성은 애피타이저 2 종류, 해산물 1 종류, 고기 1 종류, 디저트. 차. 탄산수는 페리에랑 산 펠레그리노밖에 없다. 게롤슈타이너가 없어서 그냥 펠레그리노 마셨다.



  아뮤즈 부쉬

  평범했다.



  피망 마리네이드를 곁들인 해산물 샐러드 French Seafood salad with Piment Marinade

  바닷가재, 광어, 도미 활어회를 피망 소스에 버무렸다. 회는 신선했으나, 약간만 더 얇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처빌Chervil 향이 은은해서 좋았다. 



  포트 와인 소스 푸아그라 Sautéed Foie Gras in Port wine sauce

  와인 소스는 지나치게 달거나 시지도 않았으며 가벼운 향미가 느껴진다. 푸아그라는 기름지지 않고 지방의 풍미가 잘 드러났다. 다만 푸아그라를 손질할 때 혈관 제거Deveining 가 조금 덜 되었던 게 아쉽다.



  삶은 야채를 곁들인 샤프란 크림 소스의 바닷가재 Whole Lobster Meuniere with Boiled Vegetable in Saffron cream sauce (+15,000원)

  별로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괜찮았다. 향긋한 크림 소스는 자칫 밋밋할 수도 있는 바닷가지를 잔잔하게 받쳐줬다. 야채의 익힘 정도는 아주 살짝 아삭한 정도로, 괜찮았다. 근데 한 마리라고 적어놨는데 왜 집게발 살은 한 쪽만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건 딴 식당 가도 마찬가지... 주방에서 나눠 먹는 건가?  항상 궁금하다.




  블러디 오렌지 소르베

  입가심으로 내어 준 소르베.




  고르곤졸라 치즈 소스를 곁들인 등심Grilled Beef Sirloin in Gorgonzola cheese sauce

  꼬릿한 고르곤졸라 소스가 아주 좋았다. 마치 6주 이상드라이에이징한 고기에서 나는 듯한 풍미를 등심에 더해준다. 이거 아주 좋았음. 이걸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토마트 소르베, 카라멜 입힌 크림

  차갑고 시큼한 토마토 소르베와, 따뜻한 크림, 달달한 카라멜이 괜찮다. 이건 거의 항상 나오는 디저트. 근데 접시가 바뀌었네...



  얼그레이 초코무스 , 홍차

  앞의 요리들과는 달리 이건 최악이었다. 초코무스가 딱딱했다. 스푼으로 안 잘렸다. 피스타치오 커스터드 소스와 반 건조한 무화과는 괜찮았다. 아마 무화과 철에 사놨다 건조한 듯.  홍차는 아주 좋았다. 딜마의 다르질링을 내어준다. 한 잔 더 요청하니 흔쾌히 가져다 준다. 

  어쩄든 무스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들은 괜찮았지만 메인이 망해서 결국은 망한 디저트. 나가면서 주방에 말해줬다.




  디저트 때문에 망했다. 근데 국제갤러리는 절대 망할 일이 없는 국내 3 대 갤러리 중 하나라 더 레스토랑은 망할 것 같진 않다. 좋은 점은 시간만 잘 맞추면(평일, 주말 저녁 6시) 손님이 거의 없어서 조용히 혼자서 식사할 수 있다는 점. 외국인 손님 모시기 좋은 레스토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