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게'는 모디아노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2014년에 출간한 소설이다. 책은 "내가 사건의 실상을 알려줄 수는 없다. 그 그림자만 보여줄 수 있을 뿐."이라는 스탕달의 자전소설을 인용하면서 시작한다. 맨 뒤의 옮긴이의 말에 나온 것처럼 이 인용구가 '이 소설의 시작이고 끝이다.' 아니 어찌 보면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모디아노의 소설을 하나 둘 읽어 나가다 보면 마음 속에 남는 느낌은 결국 스탕달의 문장과 비슷하다. 물론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은 전부 다르다. (내가 느끼기에) 같아 보이는 세계에서 각각의 주인공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살아가고 나중에 각자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지만, 결국 분명한 결말 없이 끝난다. 내가 기억하는 오늘의 기억, 오늘 기억하는 어제의 기억, 오늘 기억하는 한 달 전의 기억, 오늘 기억하는 십년 전의 기억. 어느 기억 하나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에 대한 너의 기억과 나에 대한 너 아닌 다른 사람의 기억은 서로 다르다. 이렇게 서로 잘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들을 하나 하나 맞춰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기억들 전체가 흐릿하게, 몽환적으로 바뀌는 순간이 온다. 모디아노 자신이 천착하는, 그리고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것이 바로 이런 기억과 망각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빨리 파트릭 모디아노 전집이 나왔으면 좋겠다. 나의 모디아노.


  "지워진 듯, 유보된 듯, 미완성인 듯. 오늘날 누가 이토록 아름답고 뛰어난 문장을 쓸 수 있을까!" - 라 크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