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프랑스 전투식량을 수입해 파는 곳(이미지프레임)이 드디어 생겼습니다. RCIR 구성품 중 주식을 제외한 딴 건 관심 없어서 주식만 5 종 샀습니다.

  각각 포크샐러드, 소시지 캐서롤, 바스크식 닭요리, 꾸스꾸스, 닭고기 커리입니다. 과일 누가바는 보너스로 들어왔군요. 



  과일 누가바는 프랑스 과자 Nougat를 모사한 제품입니다. 보통 견과류를 넣고 만드는데 과일을 넣고 만들었군요. 보통 설탕물 끓인 것에 계란 흰자로 머랭을 쳐서 섞어서 굳히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때문에 그냥 설탕만 넣고 굳힌 것보다 부드럽게 녹고 폭신한 느낌이 있죠. 이 RCIR 과일 누가바도 재료를 보니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맛도 실제 누가와 비슷합니다. 이빨에 들러붙지 않는 수준의 끈적거림, 입 안에서 쉽게 녹아 깔끔하게 넘어가는 게 나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훌륭한 모사품입니다.

소시지 캐서롤입니다. 소시지 캐서롤은 남프랑스의 대표요리 까슐레를 모사한 제품으로 보입니다. 까슐레는 보통 화이트빈, 병아리콩, 소시지,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 콩피 등이 들어갑니다. 조리 자체는 간단한 편인데 고기 씨어링 하고, 같이 볶고 오븐에 들어갔다 나왔다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리는 요리입니다. 

RCIR 소시지 캐서롤은 소시지, 쌀, 토마토, 양파, 기타 향신료들이 들어 갔습니다. 소시지는 두 개 들어있군요. 일단 데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추참치 반, 야채 참치 반 섞은 향이 납니다.

데우고 그릇에 덜었습니다. 소시지는 소시지라기 보다는 시즈닝한 돼지고기에 밀가루 약간 섞어서 성형한 다음 한 번 삶아 모양 잡은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맛이 아주 훌륭한 편은 아닙니다만 토마토, 월계수, 고추, 타임, 마늘 등의 향신료를 같이 넣고 조리해서 그런지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는 맛입니다. 전투식량이라 간이 셀 줄 알았는데 의외로 평이한 수준입니다. 


  포크 샐러드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재료는 감자, 그린빈, 겨자씨이군요.

  데우고 접시로 옮겼습니다. 돼지고기는 장조림에 사용하는 홍두깨살 처럼 결대로 찢어집니다. 따로 염지를 하지는 않았네요. 샐러드의 전반적인 맛은 옅은 홀그레인 머스터드 맛입니다.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괜찮습니다. 보기와는 달리 느끼하지도 않고 괜찮습니다. 뭐 이 정도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적정 비율로 잘 조합했다고 보이네요.


  쿠스쿠스입니다. 쿠스쿠스는 일종의 파스타인데요. 뚜껑이 원뿔 형태 비슷한 타진냄비에 조리해서 주식처럼 먹는 음식입니다. RCIR 쿠스쿠스는 닭고기, 병아리콩이 주재료입니다. 

  데우고 접시에 담았습니다. 닭고기가 파묻혀 있어서 보이지 않는데요. 뭐 퍽퍽하지 않고 괜찮습니다. 전체적으로 큐민Cumin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데, 아주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요리를 할 때 향신료를 꽤나 많이 쓰는 편이라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사실 한국요리에서는 향신료를 거의 안 쓰다보니, 써도 산초, 화초, 후추 이런 것들만 쓰니까, 복합적인 향신료를 쓰는 이런 요리 맛에 익숙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요. 간도 적절한 편입니다. 

  바스크식 닭요리입니다. 

  뭐 이쯤 되니 토마토 소스 들어간 것들은 그 맛이 그 맛이라고 느껴지는군요. 옅은 파프리카 향이 납니다. 

  닭고기 커리입니다.

 뭐 인도식도 아니고 일본식도 아닌 중간 형태의 커리입니다. 인도식은 가람 마살라를 훨씬 다양한 조합으로 또 많이 사용하니까 향과 맛이 이것보다는 훨씬 진하고 복합적입니다. 물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다양한 취향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적절하게 타협한 수준의 향과 맛입니다. 다만 점성이 꽤 있는 편이라 깔끔하게 넘어가지 않는 게 별로군요. 개인적으로는 제일 별로였습니다.


  '프랑스 군인들을 대상으로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아주 괜찮은 수준입니다.  원형이 되는 음식을 모사하고, 또 다수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게 미학인 대량생산 레또르뜨 음식에서, 각 고객이 선호하는 신선한 재료를 실시간으로 조리해서 내놓는 파인 다이닝의 퀄리티를 바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겠죠. 전반적인 조리 상태도 훌륭했고 각 재료들이 나쁜 것도 아니었으며, 아주 맛있지는 않았지만 또 아주 맛 없지도 않습니다. 분명 야전에서 작전 뛰는 군인이라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전 주식만 먹었지만 구성품을 보니 비스킷이나 젤리, 스프 같은 제품들이라 연속 두 끼를 먹고 나면 배변장애가 발생할 소지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아침에 그런 걸 좀 느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전투식량은 오래 먹을 것이 못 됩니다. 맛 괜찮은 RCIR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전투식량들에 해당되는 것이죠. 

  총평을 하자면 '단기적으로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계속 먹으라면 글쎄...' 입니다.



P.S. 토마토 페이스트나 토마토 소스를 이용한 제품들은 맛이 거의 비슷합니다. 물론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있습니다만 딱히 요리 별 특색이 드러나는 수준은 절대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