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워드


  그저께 갔던 서울 텐더의 바텐더 이야기 - 
칵테일은 여러 가지 요소를 한데 섞어서 하나의 새로운 음료를 만드는 것이고, 복잡다단하게 풀리는 맛과 향은 섞이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 - 를 듣고 처음에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중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원래 차를 주로 마시다 보니 디채로운 향과 맛에 집착한다. 그래서 칵테일을 마실 때도 처음 머금었을 때 직관적으로 느끼는 지배적인 향과 맛, 그다음으로 맛을 감지하는 맛봉오리들이 혀끝에서 혀뿌리까지 동심원을 그리며 깨어날 때 다르게 변화하는 맛(정확히는 로그 함수 또는 지수 함수 형태로 바뀌는 ), 마지막으로 식도를 타고 넘겼을 때 입안을 맴도는 맛과 비강을 채우고 있는 이 전부 다 다르게 느껴지길 기대한다.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향수의 탑 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처럼 말이다. 

  칵테일은 개별 재료들의 단순 합이 아니다. 다채로운 향과 맛을 가진 재료들이 섞이면서 단순 합을 넘어서, 전혀 색다르고 복잡한 향과 맛으로 재탄생하는 음료다. 수식으로 표현하자면 1+1+1=3+@+@+@+··· 다. 여기서 붙는 알파를 얼마나 다채롭게 뽑아내는가, 또 알파들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적절하게 맞추는가 하는 것이 바로 믹솔로지스트의 핵심 역량이자 실력이다. 이런 조건을 만족한다면 칵테일의 도수, 당도가 낮든 높든 아무래도 신경 쓸 필요 없다. 칵테일 마시면서 무조건 센 거 찾는 사람들은 그냥 진이나 보드카 마셔라.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바는 서울에 거의 없다. 영어 자료들은 넘친다. 공부 좀 하고, 새로운 시도들 - 이를테면 여러 가지 향신료, 허브들, 또는 아예 색다른 땅콩버터나 (포르치니, 송로, 말린 표고처럼 향이 강한) 버섯을 적절한 비율로 인퓨징해서 비터를 만든다던가, 독자적인 팅쳐를 만든다던가 하는 시도들 -  좀 많이 했으면 좋겠다. 맨날 클래식, 오센틱 칵테일만 만들지 말고. 그러니까 발전이 없다. 물론 그것도 개판으로 만드는 바텐더들 천지인 게 현실이다. 


사족 1. 복잡한 거 원하면 위스키나 꼬냑 마시라는 바텐더도 있는데, 칵테일도 잘 만들면 위스키 바른다. 자신의 능력 부족을 다른 데로 돌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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