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 김치찌개, 11,000원(1인분)

  1인 가구가 가구 유형 중 최다(27.2%)를 차지하고, 각종 김치가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요즘에는 집에서 김치를 담그기보다는 사 먹고 업장에서도 공장 김치는 쓰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래서 맛있는 김치찌개는 하기도, 찾기도 어렵다. 나만 해도 요리는 즐겨 하지만, 집에 시판 김치 외에는 직접 담근 김치가 없어 김치찌개를 못 해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치찌개를 먹고 싶다는 욕구'가 혀끝까지 차올라 지난 토요일부터 김치찌개를 먹고 있다. 한옥집을 가려다가 여친님께서 주교동 은주정을 가 보자고 해서 걸음 하게 되었다. 찾아보니 수요 미식회에 나온 가게였다.

  저녁 메뉴는 삼겹살과 김치찌개가 묶여서 나와서 2인분을 주문했다. 삼겹살 두 줄과 김치찌개가 합쳐서 11,000원이라는 가격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간 후추를 뿌려도 감출 수 없는 노린내가 나는 삼겹살과 식당에서 흔하게 맛 볼 수 있는 김치찌개가 나왔다. 일단 '김치찌개라는 음식'을 먹는 데 의의를 두었기 때문에 맛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신경 쓸 맛도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참 놀라운 김치찌개였는데 꼭 내가 집에서 종갓집 김치를 신맛이 나게 익힌 다음, 그것으로 끓인 김치찌개 맛이 났기 때문이다. 

  김치찌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떤 맛이 나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은 전혀 없다. 시대가 원하는 맛,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은 바뀌게 마련이다. 언젠가 직접 만든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이고, 그 자리를 이런 김치찌개들이 전부 대체해 '오리지널리티'를 주장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은주정의 김치찌개야말로 김치찌개의 진정한 미래가 아닐까?